예산과 인력 미흡, 지방정책 기능 강화돼야
장애판정제도 개선, 장애인연금법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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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공약 이행 평가
이명박 정부 1년간의 장애인 정책을 돌아보고 그 구체적 내용과 성과를 평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당 장애위원회를 비롯한 4개 장애인 단체는 지난 2월 24일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장애인정책 평가토론회’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동국대 홍윤기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현 정부의 장애인 공약 이행 평가와 정책의 성과 및 한계, 차별금지 등을 주제로 한 참석자들의 발제와 토론으로 이뤄졌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민주당 박은수 의원은 축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간의 장애인정책을 뒤돌아보면,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07년 4월에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 2년차를 맞았지만, 인력 부족과 제도의 미비로 장애인 관련 진정의 상당수가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축소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오늘날과 같은 미증유의 경제 위기에 소외계층을 돕는 ‘복지 SOC’ 사업에 예산을 쓴다면 경제도 살리고, 사회통합도 이루는 일석다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과 복지 투자를 핵심으로 ‘한국적 뉴딜’ 사업이 펼쳐지길 기대한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마련된 대안들이 장애인 정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예산도 올라가는 추세지만 최근 장애인의 인권과 권익 보호를 빼앗는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돌보지 않으면 이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1년을 평가하고 장애인 권익을 늘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민주당을 비롯해 장애인 권익단체들과 국회의원,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문제를 해결하자”고 전했다


오혜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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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공약 이행 평가

◆ “근로소득 보전 위한 연금제도 만들어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발제를 통해 “새 정부 들어 3차 장애인 정책발전 5개년 계획은 계획을 만드느라 1년을 소비했고, 시간에 쫓기다 보니 부처 통합 등의 혼란 속에 정책 발굴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 총장은 정부의 민생 5대 공약 이행과 관련해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의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 돼 LPG 감면 공약은 무산됐다”며 “정보격차해소법의 통폐합과 복지법의 개정,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권리협약의 이행 예산 미확보, 국가인권위원회 인원 감축 등은 현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장애인 정책 발전에 많은 암초가 있을 것임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단체들이 선거 후보들의 공약이 발표되기 전에 토론회를 비롯한 관련 행사들을 개최할 것을 조언했다.


서 총장은 정부의 개선 과제로 ▲예산 확보 ▲인적 쇄신 ▲장애인의 주체적 참여 보장 등을 꼽았다. 그는 LPG 감면 제도에 대해 “여타의 교통지원과 수당배정 등은 공약의 근본 내용과는 다른 취지”라며 “엉뚱한 얘기로 본질을 흐리지 말고 조속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 “근로소득 보전 위한 연금제도 만들어야”

◆ “탈시설화 정책 통해 장애인의 인권 보호해야”

성결대학교 양희택 교수는 “정부의 장애인 공약은 선언적 의미와 목적만 있고 구체적 내용이 생략돼 있다”며 “공약 달성 추진 기구를 만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현재 장애인계의 우선순위는 단체별 정책 사항인데 이를 공약에 적절하게 녹여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득보장, 의료보장, 이동권보장을 비롯해 차별금지,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 성인지적 접근 등의 내용 중 상당수가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우처 제도와 관련해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자들에 대한 정보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어야 한다”며 “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에 있어 장애인지적 접근이 선행되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공약의 주요 내용을 열거하며 정부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도 논의했다. 그는 먼저 장애연금에 대해 “기존의 공공부조 성격의 수당제도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장애수당은 장애추가비용을 보전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근로소득 보전을 위한 연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아동연금 또한 수당의 성격이 강해 가족지원제도로 정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내용 개정을 촉구했다. 양 교수는 또한 장애인의료예방체제 구축과 관련해 “기초자치단체에 앞으로 설치될 장애인복지관은 1차 제공 기관으로 머물 것이 아니라 좀 더 전문적이고 이용자 욕구중심인 센터별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탈시설화 정책 통해 장애인의 인권 보호해야”

◆ “장애아동보호법 입법 예정”

한국장애인권포럼 윤삼호 연구위원은 “현 정부의 복지 정책은 권리보다 서비스에 편중돼있다”며 “정신보건시설과 장애인 생활시설의 인권 침해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특히 입원 환자 90% 이상이 강제 입원돼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정부의 탈시설화 정책을 통한 인원 정책을 펼 것을 요청했다. 윤 위원은 장애인 생활시설의 경우 인권 침해뿐만 아니라 비용의 문제도 크다는 점을 언급했다. 현재 장애인 한 사람을 생활시설에 수용하는 데만 연간 1,500만원이 드는데도 이를 모두 방치하고 있다는 것.


윤 위원은 개인별 지원시스템이 확립돼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시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유력한 방안은 가족 지원과 자립생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이를테면 일정한 조건에서 자녀를 시설에 보내지 않는 부모에게 양육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자립생활과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방법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애인 복지 체제의 핵심인 ‘할인 서비스’의 경우 사회적 비용에 비해 수혜의 범위와 분량이 불평등하고 제한적”이라며 “이를테면 자동차세 감면과 LPG 지원 제도는 운전을 못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할인 서비스에 투입되는 사회적 자원을 장애인의 개인별 특성에 맞춰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LPG지원 대신 중중 장애인들에게 교통수당을 지급한 것이 좋은 사례”라며 “근본적인 방안은 장애인연금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위원은 “정부가 전국의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장애인 복지관을 짓겠다고 했는데 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며 “특히 농어촌 지역은 인구가 분산돼있는 지역 특성상 읍내 장애인들은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복지관을 개혁하면 예산을 줄이고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물리치료 서비스는 인근 한의원과 병원에서 받도록 쿠폰을 주고, 주간보호센터나 각종 치료실은 전문 기관으로 이관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관 대신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역(복지)센터’를 짓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군청이나 면사무소가 있는 곳에 소규모 지역센터들을 세우면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것. 


윤 위원은 장애인 판정 제도의 문제점도 짚었다. 그는 “복지카드를 발급받은 장애인들은 활동보조 서비스나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장애 판정을 또 받아야 한다”며 “장애 판정의 등록 및 관리 시스템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이 서비스의 생산 단계뿐만 아니라 배분 과정에도 참여할 때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며 “2005년 이전까지 전달체계 외부에 있던 장애인들이 이후 내부로 진입하며 장애인 투쟁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 “장애아동보호법 입법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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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정책의 성과와 한계

보건복지가족부 최종균 장애인 정책과장은 “장애인 연금 법안이 곧 국회 의결을 거쳐 입법예고 할 예정이다. 현재 대상과 금액 등에 관한 추가적 논의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최 과장은 장애아동보호법과 관련해 “일본 사례를 참고해 국내 현실에 적합한 모형을 연구하고 있다”며 “장애인 연금 수혜 대상자가 사망했을 경우 자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과장은 “전국에 230여 개의 장애인복지관이 있는데, 사업 자체의 불합리성을 고치려 노력하고 있다”며 “금년에 신규 설립되는 2개소에는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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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정책의 성과와 한계

◆ “장애정책 국민복지 수준에서 풀어라”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안흥오 정책연구실장은 정부의 장애인 복지 정책의 특징으로 ▲선진화된 장애인 정책 ▲예산 삭감으로 인한 실행 의지 부재 ▲국가인권위원회의 축소와 통합 등을 꼽았다.


안 실장은 “정부는 현재 GDP의 0.28%에 불과한 장애인 관련 예산을 OECD 평균 수준인 2.5%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향후 5년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보건·복지 분야 예산 증가율은 8.7%로 오히려 감소했다”며 “복지부 사회복지사업 예산이 증액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노인장기요양제도와 기초노령연금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실장은 먼저 현 장애 판정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공단이 총 3만1천여 명의 중증장애인을 재심사한 결과 33.5%가 경증장애인으로 하향 조정돼 중증장애인수당이 연간 117억 원이 낭비됐다”며 “중증장애인에 대해서 최초 판정된 등급을 재판정할 규정이 없어 법률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장애인들 위한 기초장애연금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연금 미가입자 중 국민기초생활 보장 대상자 가구 13%(27만 명)를 제외해도 약 110만 명에 달하는 장애인이 노후 소득보장에 있어서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차상위 계층 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한 소득보장을 국가가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실장은 장애인 장기요양보호제도와 관련해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돕고 대상자의 기능정도를 정확히 파악해 요양과 활동보조 범위를 효과적으로 연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주거실태조사는 조사항목 선정 및 조사방법을 관련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논의해 주거 상태, 선호도, 이용 실태, 정착욕구 등을 파악하고 관계법령의 제·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홍보가 미흡한 것과 차별 진정서를 감안할 때 인권위가 국가 차원의 홍보와 교육을 맡아줄 것을 당부했다.


안 실장은 장애인인터넷 이용률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예산 감소로 인한 정보격차가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시각·언어 장애인들을 위한 통신중계서비스가 3월 초부터 24시간 서비스로 전환되지만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 서비스 수준이 저하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안 실장은 “LPG 세금인상액 지원제도는 소득보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이동 수단과 편의 제공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저상버스 보급과 장애인 콜택시 차량 확보를 통해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의 근본적인 소득보전이 이뤄진 뒤 LPG 지원사업 제도 폐지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장애정책 국민복지 수준에서 풀어라”

◆ “등록제가 장애인 인권 가로막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도현 정책국장은 “특수교육 교원의 법정 정원 확보가 필요함에도 정부는 공무원 정원을 동결해 장애인교육법에서 정한 교원 충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또 “국가인권워원회의 대대적인 인력 감축과 코드 인사는 인권위원회의 무력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장애인장기요양서비스의 경우 40억 규모의 시범사업 예산이 전부 삭제되고, 복지부가 별도 예산을 만들어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장애인 정책의 가장 큰 방향은 자립생활을 탈피하고 장애시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에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장애인 정책과 관련해 “장애인계의 독자적 정책만으로 풀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중요하다”며“전체 국민의 복지 수준이 장애 권리 수준 확장에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와 더불어“장애인을 위해 특화된 각종 사회 서비스가 부분적인 양적 증대가 이뤄졌지만, 시장화라는 전체적 흐름을 바꿔내지는 못한 한계에 직면해있다”고 덧붙였다.


◆ “등록제가 장애인 인권 가로막아”

◆“장애인복지위원회 기능 되살려야”

한국 DPI 김대성 사무총장은 “현 장애인 복지발전 5개년 계획은 예산확보 방안의 현실성과 구체적 실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장애판정기준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복지서비스 수혜 자격여부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적 판정기준을 마련해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이는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이라며 “장애별 서비스 지원을 위한 장애인판정에는 찬성하지만 의료적 판정에 기초한 체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능력과 사회적 활동능력 판정을 위한 새로운 기준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는 결국 장애등록제를 보다 세분화해 장애 여부를 낙인찍는 또 다른 형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장애인등록제가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고, 선진국에서는 등록제 없이도 장애인 서비스가 충분히 이뤄진다”며 “장애인등록제는 인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복지위원회 기능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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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 및 권리구제평가

나사렛대학교 우주형 교수는 장애인 전담 기구와 관련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 교수는 “국무총리 산하 장애인정책보조위원회가 법적인 통합조정기구지만 사실 유명무실하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상설 기구가 필요한데 설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 개정법이 시행되면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없애고 보건복지부가 통합 관리한다고 하는데 10여 개 법안과 관련된 업무를 복지부가 전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현 정부가 장애인 정책의 행정 법률 체계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소속 장애인복지위원회를 폐지한 뒤 지역사회복지협의체로 통합한다는 방침을 냈는데 사회, 의료, 복지 등의 포괄적 업무협의체 내에서 장애인 담당 인력 한 두 사람으로 정책 활성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장애인복지위원회의 활동이 중요한데, 기능이 마비됐다고 조직을 폐지부터 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우 교수는 장애인 정책발전 5개년 계획과 관련해 예산 부족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를 질타했다. 그는 “58개의 정책 과제 중 어느 것도 연간계획안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전략과 성과 목적 등이 분명한데도 예산이 부족해 탁상공론에 그치고 말았다.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한 의식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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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 및 권리구제평가

◆ “장애인 위한 저작권 제한 당연한 것”

  마지막 발제를 맡은 장애여성공감 인권센터 김광이 소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60명의 증원을 요청했지만 정부조직 개편과 더불어 무산됐다”며 “2008년의 경우 530여건의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는데 처리율은 48%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깊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방문 상담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며 “인력 충원을 비롯해 지역사무소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어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민간규제 대상에 포함돼 규제일몰제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또한 중장년층의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통역방송의 확대가 절실한 것으로 보고 이들의 방송 접근권 보장을 정부에 요청했다. 김 소장은 “지상파방송사를 제외한 케이블방송사, 위성방송사,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IPTV)들 또한 자막, 수화, 화면해설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장추련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시설물 이용에서의 차별금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1년이 지나도록 편의증진법 개정안만 내놓을 뿐 개정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행정 일선에선 여전히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내용을 잘 모른다”며 “이와 상충되는 관련 법률이 개정되지 못했기 때문인데도 이행될 가능성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시정명령 심의위원회가 법무부 산하에 구성됐지만 2008년 5월 위촉식 이후 단 한 번의 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은 후 이행되지 않은 사안이 통보돼도 법무부 시정명령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심의위원들에게 연락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구축소와 인력감소 문제가 결국 장애인들을 인권의 사각지대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차별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정부 개입이 없인 해결되기 어렵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더라도 인식개선과 더불어 충분한 시간이 흘러야 준법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장애인 위한 저작권 제한 당연한 것”

◆ “교육기관의 장애인 편의제공위해 재원확보 노력필요”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정책활동가는 출판물 저작권 보호에 따른 장애인 접근성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그는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와 함께 그 기간을 제한하고, 일정한 경우에는 허락 없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장애인이 지식이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적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은 장애인들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며 “미약한 법제도적 환경으로 기술적 가능성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장애인용 대체자료 제작에 필요한 저작권이 출판사들에 의해 제공되지 않아 장애인이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책자를 디지털 파일로 전환하는 비용과 시간의 문제가 장애인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 “교육기관의 장애인 편의제공위해 재원확보 노력필요”

▲ 김기룡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국장은“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교육기관의 장애인 편의제공과 관련해 9천 4백여 억 원의 예산이 확보돼야 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적용 범위에 드는 교육기관에 소속된 장애인의 학부모가 학교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요구하며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학교장 또한 적은 예산을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 편의제공과 관련된 시설, 설비, 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특히 보조 인력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 7만여 명 중 현재 6천 여 명만 배치된 상태기 때문에 보조 인력이 없는 학생의 학부모가 이를 요구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반된 학교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정부와 각급 시쪾도교육청, 지자체 등은 재원 확보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적장애인 등에게 도움이 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며, 이를 위해 ‘시청각 보조자료’ 등 지적장애인들이 관련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김 국장은 “우리 사회는 지적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지적장애인을 배제한 탓이고, 권리 구제 절차 역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만 신청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지적장애인의 경우 이를 보완해줄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지적장애인법과 발달장애인법 제정 움직임이 입법 활동 및 제도 개선을 통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혜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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