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 자폐성 장애인들의 소중한 보금자리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어울리는 통합의 장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둘다섯해누리. 생소한 이름의 이곳은 천주교 수원교구 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중증 지적·자폐성장애인 생활시설이다. 둘다섯해누리의 둘다섯은 예수님이 보여준 “오병이어의 기적”을, 해누리란 밝은 해와 세상을 뜻하는 순 우리말 누리의 합성어이다. 이처럼 둘다섯해누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손길이 온 세상에 널리 퍼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24일 봉헌식을 열고 개원한 둘다섯해누리에는 현재 45명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 개원 당시 많은 관심을 모았고 여전히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데는 둘다섯해누리가 여느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둘다섯해누리에는 4,796㎡(대지 8,524㎡)의 넓은 면적에 2인 1실 숙소, 극장, 카페, 체육관, 물리치료실, 심리치료실 및 각종 재활 프로그램 룸 등이 있다.


다른 생활시설과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면서 지역 주민들도 쉽게 찾아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극장과 카페를 만들었다는 점이다.80석의 규모의 둘다섯극장은 시설에 생활하는 장애인과 지역주민들에게 평일 또는 주말에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세미나, 공연,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극장을 이용하고 싶은 지역 주민들은 미리 기관에 연락하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둘다섯극장 맞은편에 위치한 해누리 카페는 둘다섯해누리를 이용하거나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차를 즐기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이다. 무엇보다 장애인들이 직접 주문을 받고 음료를 준비하는 등 직업재활의 터전으로서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맛좋은 커피와 각종 음료들이 시중 가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어 카페를 찾는 이들의 만족도는 최고다.


또한 관리동과 생활동 사이에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생활인과 방문객 모두에게 큰 볼거리를 선사한다. 고정되어 있는 자전거의 페달을 돌리면 조형물에서 물이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어 운동량이 부족한 생활인들에게 재미와 운동, 두 가지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천 시에도 단체 프로그램이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실내체육관을 만들어 농구 등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장애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생활공간은 깔끔하면서도 2인 1실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 개인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인 장애인생활시설의 숙소 형태가 5인 이상이 함께 생활하는 것과 비교할 때 두 사람이 한 방을 쓰도록 하는 것은 파격적이라고 할 정도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시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여 집중치료실과 물리치료실 등을 마련 생활인의 건강관리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운동기구를 구비해 비만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운동을 힘들어 하던 생활인들도 지도교사와 함께 운동을 시작하면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또한 생활인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공간인 심리안정치료실을 마련해 놓았다. 심리안정치료실은 푹신한 바닥과 푹신한 침대, 편안한 흔들의자와 아늑한 조명 등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기구들로 꾸며놓았다. 둘다섯해누리의 원장인 이기수 신부는 이 시설의 건립을 위해 독일을 여러 차례 다녀올 정도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한다.


발로 직접 뛰어 다니면서 수집한 자료들을 가지고 설계사와 함께 구체화 시켜나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둘다섯해누리를 완공하게 되어 감사할 뿐이라고 전했다. 이 신부는 “장애인 재활승마장을 앞에 꾸미고 콘도도 만들어서 장애인들이 쉬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불교의 사찰 체험 같이 사회복지 봉사자들을 위한 피정센터를 만들어서 봉사도 하고 쉬어갈 수 있는 종합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꿈을 전했다.


글=오혜진 기자
사진=신용수 기자

▲ 중정 - 자전거 폐달을 돌리면 조형물에서 물이 나온다

 

 

 

 

 

 

 

 

▲ 물리치료실 - 집중적으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
▲ 심리안정치료실- 생활인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공간
▲ 생활동 -2인1실로 깔끔하고 개인적인 공간 확보
▲ 해누리카페-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의 장을 펼치기 위해 만든 공간
지역사회 생활 가능한 환경 조성되어야
 

 

 

미니인터뷰이 기 수   신부 · 둘다섯해누리 원장 
지역사회 생활 가능한 환경 조성되어야

-둘다섯해누리를 건립하게 된 배경은?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을 보면 자녀들의 시설입소 여부에 따라 얼굴빛이 다르더라. 시설 입소를 못한 부모들의 아우성과 갈 곳 없는 장애인들의 딱한 사정을 접한 뒤 시설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설 건립에 있어 독일을 모델로 삼은 이유가 있다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독일은 제 2차 세계대전을 겪은 나라이다. 전쟁을 겪은 나라가 지금의 성장을 이루어 온 것은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독일은 인프라가 최고이다. 100백 만 이상 도시가 5~6개 정도이고 1시간 거리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기관이 있을 정도로 잘 되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독일이 분단국가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다. 분단의 아픔을 겪은 독일이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이 비슷하다. 경제력이 앞섰던 서독이 동독을 책임졌던 것처럼 북한도 책임져야 하는데 특히 사회복지는 더욱 그러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독일의 과정들이 모델이 되는 것이다.

 

-장애아 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항상 부모님들에게 제가 요구하는 십계명이 있다. 자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엄마는 고민하라. 대학까지 갈 정도의 자금을 준비하라. 확실한 사회복지법인을 조사해라. 확실한 사회복지 리더를 찾아라. 유사한 부모들끼리 마음을 모아라. 법인, 리더, 엄마들이 계획을 세워라. 문서화하고 즉시 실행에 옮겨라. 성실성이 결여된 어머니는 추진하지 말라. 입을 무겁게 해라. 기도하고 기다려라. 이 열 가지만 잘 따른다면 충분히 장애자녀의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설 운영의 원칙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집단시설을 배제하고자 한다. 여기도 80명이 입소할 수 있지만 입소 정원의 절반이 조금 넘는 인원이 생활하고 있다. 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시설이 없어지는 것이 장애인 복지를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적 쪾자폐성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 있다. 시설이 필요한 이들이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답이 없다.


그래서 모든 아파트의 1층은 복지법인에 분양해 노인, 장애인 등이 단지 안에서 살 수 있도록 하고 단지 내에 노인정이 있듯이 장애인작업장을 만들어 미니시설을 만들어 주자고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실현 불가능이라는 말 뿐이다.

 

-사회복지에 많은 매력을 느끼시는 것 같다.
=이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뿌듯함이 있다. 사회복지를 열심히 하시던 다른 신부님들이 이 맛에 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정리=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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