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접 방문해 선진국의 교통문화 배워와
교통장애인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고파

 

 

우리는 비장애인을 일컬어 예비장애인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언제 장애를 가지게 될지 모른다는 의미다. 선천적인 장애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사고나 질병 등으로 장애를 가지게 되지만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장애가 바로 교통장애다.

교통장애인이란 교통사고로 인해 신체의 일부를 손상, 후유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질병으로 인한 장애가 줄어드는 대신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발생 비율은 오히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장애인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 현재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대략 35만 여명이며 그 중 장애인 발생 건수는 3만3천 여명으로 나타나 부상자 10명중 1명은 장애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통사고가 장애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은 대부분 피해자의 머리나 척수를 다치기 때문이다. 특히 교통사고는 후유증으로 인해 심각한 장애를 갖게 하고 재활조차도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양산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비장애인으로 생활을 하다가 중도장애인이 된 교통장애인은 선천적장애인이 경험하지 못하는 신체기능의 상실로 인한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따라서 교통장애인들의 이런 심리적인 상실감을 채워주고 사회에 다시 적응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국교통장애인협회에서 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자작동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포천시지회는 지난 1999년 유장주(지체1급)지회장이 직접 설립했다. 현재 200여명의 회원들이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다.
 

포천시교통장애인협회의 주된 사업은 더 이상의 교통장애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홍보하고 계몽하는 ‘교통 캠페인’이다. 매년 6월에 실시하고 있으며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건전한 교통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교통사고 사진전이나 거리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유장주 지회장은 “캠페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직접 교통사고 동영상이나 사진 자료를 가지고 홍보활동을 하면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매년 여름이면 교통사고 유가족들을 위한 여름캠프를 떠나고 몸이 불편해서 여행을 자주 다니지 못하는 회원들을 위해서는 문화탐방을 실시한다. 지난 봄에는 경남에 단체 여행을 다녀왔다.

 

1995년 유 지회장이 교통장애인협회 포천시지회를 설립하기 전에는 교통 선진국인 미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곳에서 느꼈던 바를 바탕으로 포천시지회를 설립했고 지난 4월에는 필리핀을 방문해 자신들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성금과 물품을 지원하는 시간도 가졌다.

 

유 지회장은 “장애인들은 보통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하고 당연히 보살핌을 받아야하는 존재로 여겨지지만 필리핀을 방문하면서부터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눌 수 있는 사람도 될 수 있다는 것을 회원들이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유 지회장은 포천시교통장애인협회를 이끌며 ‘두리한마음’이라는 중증장애인생활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두리한마음’에는 현재 8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외 6명의 이용자는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가을과 연말이면 음악회도 열어 더 없이 행복한 가족으로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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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 유장주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포천시지회장

 

전동휠체어에 앉아서 보호작업장의 식구들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던 유장주 지회장. 그는 그들에게 아버지같은 존재다. 장애인이 되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예쁜 딸 예은이도 얻었지만 예은이는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예은이는 방송에 여러 차례 출연할 정도로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3살 때부터 들은 음악을 그대로 피아노로 쳐내는 예은이를 위해 아빠 유 지회장은 꼼꼼히 그 기록을 영상으로 남겨 놓았다. 그리고 지금은 해외에 공연도 다닐 정도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고 있다. 딸 자랑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모습에서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진다. 그와 그의 아내는 결혼을 하자마자 바로 장애인들을 위한 생활시설을 만들었다. 자신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의 사랑하는 딸 예은이와 사랑으로 하나 된 가족 두리한마음 식구들의 보금자리에서 유장주 지회장을 만났다.

 

1. 교통장애인이 되고 지회장이 되기까지
- 1987년 20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빗길에 미끄러지는 택시에 치어서 전신마비 지체장애1급 판정을 받았다. 한창 젊은 나이에 얻은 장애는 나를 많이 힘들게 했지만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아내와 나는 평생 우리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자는 약속을 했고 처음 한 일은 1995년 재가장애인모임을 만든 것이다. 집에만 있는 장애인들을 어떻게든 세상 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재가장애인모임을 만들었고 이미용봉사, 목욕봉사, 월동준비, 차량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던 중 교통 선진국인 미국을 방문하게 되면서 더 이상의 교통장애인이 생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협회를 꾸리게 되었다. 그래서 1999년부터 지금까지 지회장으로 지내고 있다.

2. 두리한마음 생활시설은 어떤 곳?
- 우리 부부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중증장애인공동체시설이고 현재는 8명의 중증장애인이 거주하며 보호작업장에서 간단한 부품 조립하는 일도 하고 다양한 자활 프로그램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컴퓨터 교육, 직업 교육, 현장 학습, 지역마을청소 등이다.

3. 지회장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두었던 장애인들이 행사나 프로그램을 통해 삶 자체가 밝고 긍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고 기분이 좋다. 몸이 아프면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지게 되는데 그런 모습이 아닌 밝고 생기 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 그리고 사회에 어울려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볼 때 행복하다. 요즘은 어려운 사람이나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함께 내 일처럼 도와주는 마음의 여유까지 생긴 분들이 많다.

4. 지회 운영비는 충분한가
- 지원은 미흡하다. 사실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다. 시에서 지원을 해주고는 있지만 극히 일부고 나머지는 지역사회에서 물품 등으로 조달을 받고 있다. 아직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다. 너무나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먼저 알아서 스스로 지원해주는 부분은 전혀 없고 자꾸 찾아가서 예산 이야기를 꺼내야 반영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사업에 대한 호응도가 많이 약한 게 아쉽다.

5. 꼭 하고 싶은 일
- 미국에 탐방을 갔을 때 느낀 것이 있다. 조금은 광범위하고 큰 꿈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미국은 참으로 교통문화가 선진화되어 있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신호를 잘 지키고 스쿨존에서도 서거나 천천히 운행한다. 밤이든 낮이든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규정속도로 달린다. 이런 모습을 보고 와서 우리나라 교통문화가 많이 뒤쳐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통해서 우리나라도 건전한 교통문화, 선진화된 교통문화를 정착시켜 더 이상 나 같은 교통장애인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싶다.

유장주 지회장은 현재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복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11월 2일에는 2012년 국토해양부장관이 주는 교통사고 장애극복재활상을 수상했다. 천재 피아니스트 딸 예은이만큼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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