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 초대 회장으로 2년 전 발족 앞장
약시 1급 시각장애인으로 장애인 권익 신장 위해 평생 노력
장애인과 고향에 대한 사랑으로 8,800시간 자원봉사자 인증

고희를 앞둔 박순직 구리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은 40살 무렵 포도막염을 앓은 후 점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면서 약시1급 시각장애인이되었다. 장애인이 되고 나서 장애인들의 삶이 비참한 것을 알게 된 박순직 연합회장은 장애인의 인권향상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그 세월이 무려 40년.
2년 전 구리시의 13개 장애인단체가 ‘단합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에 소통의 리더십으로 연합회를 구성했다. 젊은 시절 해병대를 제대한 박순직 연합회장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하면된다’라는 정신으로 실천하며 살아오니 이 자리까지 오게되었다고 회고했다. 구리시의 13개 장애인단체가 작년 3월 새 둥지를 튼 구리유통종합시장 2층의 사무실에서 박순직 연합회장을 만나보았다.

-경기복지신문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린다.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이해서 경기복지신문 독자분들께 인사를 드리게 되어 반갑다. 그동안 경기복지신문은 20년간 장애인에게 알찬 정보와 권익 신장을 위해 앞장서 온 신문으로 독자 여러분들이 신문을 잘 구독하셨다면 여러분도 그동안 많은 발전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신문을 잘 구독하셔서 급변해가는 세상에 앞장서 가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라며 무엇보다 체력이 우선이 되어야 모든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다. 부디 건강을 유지 잘하시길 바란다.

-2년 전에 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구성되었다. 어떻게 한마음 한뜻으로 하나가 되었는가?
=제가 약시 1급인 시각장애인이다. 복지 카드를 발급받고 1년 정도 회원으로 있다가 시각장애인협회장을 맡게 되었다. 임기 4년을 마치고 정보화협회 회장을 쭉 해오면서 생각한 게 이 사람 저 사람이 시에 가서 얘기하느니 다른 시군처럼 한마음 한뜻이 되어 단체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해서 연합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다른 시군은 9개, 6개 단체가 연합회를 구성하고 있는데 구리시의 경우 13개 단체가 모두 참여해 연합회를 구성을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유형별 단체 회장들이 두 달에 한 번씩 연합회의를 하고 회의 안건 중 가결된 사안은 연합회장이 구리시에 건의해 장애인들과 구리시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시의 예산지원에 한계가 있어 연합회는 13개 단체장이 각 회원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각 단체 회장들도 사실상 명예직이라 연합회장으로서 단체장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다.

-연합회가 구성되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을 것 같다. 
=13개 단체가 있다 보니 현명한 통솔력이 필요했다. 제가 단체장 가운데 가장 연장자이기도 하고 각 단체장의 마음을 위로하고 소통하면서 어느 한 단체도 빠짐없이 뭉쳐야 산다는 것을 강조했다. 장애 유형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 장애인인데 우리끼리도 서로 맞지 않는다고 불평만 한다면 누가 우리를 인정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보겠는가. 장애인들이 서로 이해하고, 고민과 어려움도 공감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서로 다른 능력과 한계를 인정하며, 존중하는 문화를 앞으로도 더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물이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2년 전에 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발족하면서 구리시에서 무허가 또는 노후화된 임시 건물을 사용하고 있던 각 장애인단체 사무실을 구리유통종합시장 축산가공동 2층을 리모델링하여 교육실, 운동실, 휴게실 등으로 구성된 총면적 2,000㎡ 규모의 공간을 마련해 2022년 1월 이전했다. 한 공간에 있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쉽고 단체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어 좋다. 구리시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좋은 장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장애인 체육회가 장애인단체와 같은 공간에 있는데, 좋은 점이 있다면?
=장애인 체육회는 장애인의 체육 활동을 위해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같은 장소에 사무실이 있어 재활 운동 등 회원들이 체력단련을 하기에 더없이 편리하고 체육인을 발굴하는데도 장점이 있어서 상당히 만족감이 높다.

-어떻게 시각장애인이 되었나.
=오래전에 ‘포도 망막염’이라는 병에 걸려 시력이 계속해서 저하 되어 지금은 그냥 앞이 뿌옇게 보이는 정도이다. 치료를 위해 한때 유럽, 동남아 등으로 다니기도 했다. 햇빛조차 볼 수 없는 사람들에 비해 다행스럽게도 저는 햇빛은 보고 느낄 수 있다. 같은 시각장애지만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걸 느끼게 되었고 누구보다도 장애인들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희미해져 가는 눈으로도 아예 빛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눈이 되고 손과 발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큰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지금은 정보화협회장를 맡고 있는데 어떤 일들을 하는지 소개해달라.
=구리시장애인정보화협회에서는 저소득 장애인에게 PC를 무료로 보급하고 PC 사용을 무료로 가르쳐준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컴퓨터 수리 등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을 위해 무료로 수리해 주는 일을 해왔다. 또한, 장애인의 취업 알선과 중증 장애인직업 재활사업을 통하여 장애인 일손을 구하는 기업체와 구직장애인을 연결하여 장애인 직업재활에도 힘쓰고 있다.

-인생의 롤모델이나 좌우명이 있다면.
=좌우명은 ‘하면 된다!’이다. 시각장애인이 되면서 구리시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을 하라는 주변 권유에 내가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는데 ‘그래 해보자! ’하고 마음먹으니 4년 동안 무탈하게 잘 할 수 있었다. 
그 후 정보화협회 회장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여러 사업을 도전할 때도 마찬가지로 ‘될까?’ 하고 생각만 하기보다 ‘해보자!’ 하니 방법을 찾게 되어 성공도 해봤고 실패도 해봤다. 
구리시 9천 명에 달하는 장애인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연합회장을 잘 할 수 있을까? 이것 역시 하니까 되더라. 5년 전에는 시각장애인 6명이 도우미와 함께 설악산 대청봉 정상에 올랐다. 이 역시 등반할 수 있을까 하니까 되더라. 내 나이 이제 80을 바라보지만, 건강을 잘 지켜 더 봉사하고 싶다. 

-사무실에 해병대 군복이 전시되어 있는데.
=해병대 186기이다. 전역 후에도 해병대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애착을 뒀고, 해병 전우회 회원으로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현재 구리시 해병 전우회 회원이 대략 250여 명이 있는데, 1년에 한두 번씩 한강에서 쓰레기를 건져내는 환경개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한강 수중 및 수상 청결 활동을 통해 자연보호 캠페인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우리 집안은 구리에서 몇 대째 대를 이어 살고 있어 구리시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20년 동안 제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봉사 시간이 8,800시간으로 경기도자원봉사센터에서 인증상도 받았다.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말씀해달라.
=해병대 정신으로 지금껏 살아온 것 같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 자부심으로 정직하게 살아온 삶이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고 사업도 원 없이 해서 돈도 많이 벌어봤지만 사회 환원에 관한 관심과 자립 못 한 장애인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열심히 봉사해서 장애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고 인정받으면서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오혜정 기자


박순직 구리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 이력 

■ 해병대 186기 만기제대
■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31기
■ 전)한국시각장애연합회 구리시지회 회장
■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구리시지회 회장
■ 사)해병대경기도연합회 이사  
■ 구리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 회장  
■ 세계한궁협회 심판, 지도사 자격증 취득
■ 2015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 수상
■ 2016년 경기도장애인극복상 수상
■ 2017년 경기도남부지방경찰청장 감사장 수상
■ 2019년 경기도지사 장애인복지유공표창
■ 2021년 구리시장 표창장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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