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깨고 도전하면 희망이 보여요

끊임없는 도전과 나눔으로 귀감올해의 장애인상 수상
소외계층 찾아 안마와 마술공연매년 소록도 방문해와
후배마술사 양성해 장애인 마술단체 만들어 소통하고파

 

운동화끈을 이용해 링을 거는 마술을 선보이는 김병휘씨
운동화끈을 이용해 링을 거는 마술을 선보이는 김병휘씨

 

대한민국 1호 시각장애인 마술사로, 끊임없는 노력으로 중증장애인은 마술사가 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희망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김병휘 씨. 매년 소록도 한센인 봉사활동 등 복지수혜자가 아닌 봉사자로서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통해 20년째 나눔을 실천해 오는 등 시각장애인으로 마술이라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더 어려운 사람과 나누는 봉사의 삶을 살아온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 420일 개최된 제42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였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천시지회 사무실에서 김병휘씨를 만나 그동안의 삶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편집자>.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 소감을 부탁드린다.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해서 후배양성에 힘쓰라고 주신 것 같다. 1998년에 장애등급을 받으면서 8년 동안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다가 이를 반납하고 자립했다. 도움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며 살고 싶었다. 안마사라는 직업이 있으니까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기에 마술공연을 하면서 버는 돈은 거의 다 후원했다.
이번에 받게 되는 올해의 장애인상 포상금도 전액 후원할 생각이다. 3등분으로 나눠 시각협회와 시골 중학교, 면사무소 등 마음에 두었던 곳에 후원할 계획을 다 세워놓았다.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는지.
=1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남이고 태어날 때부터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질환을 가지고 태어났다. 어릴 때는 앞이 조금 보였는데 점점 뿌옇게 보여 그 당시에 눈이 좀 안 보인다고 느꼈지 다른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을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안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안경을 써도 잘 안 보이니까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인사를 못 했는데 동네 어르신들한테 인사도 안 하는 버릇없는 애라고 욕을 많이 먹었다. 80년대 초반에 안경 쓰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복지나 특수학교 개념도 없었다.
그런데 동네에 청각장애인 형이 있었는데 외지에서 오고 외모도 튀니까 동네 사람들이 그 형을 보고 자꾸 놀렸다. 어린 나이에 그 광경을 보고 그 형이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 생각이 들더라. 나 역시 어려운 처지에 있어서 그랬는지 앞으로 나는 나이가 들더라도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 보면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인데 은둔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학교를 졸업하고 20대에는 거의 집에만 있었다. 용기를 내서 사회에 나오면 되는데 마땅히 동기가 없었다. 그러던 중 1999년에 점자와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해 2003년에 국가공인 안마사 자격을 취득한 이후 자립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는 사회에 봉사하며 살아가고자 마음먹었다.
안마 기술을 가지고 지역 내 양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비영리 민간단체인 아름다움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해 20년째 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봉사하고 있다. 매년 소록도를 방문해 한센인 봉사활동도 하고 있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안마사 파견 사업 수기체험에 응모를 해서 우수상을 받은 적도 있다.

-마술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복지관에서 2007년에 장애인을 위한 마술학교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시각장애인이 복지관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아 한 번 해보겠다고 도전했다. 수강생 중 시각장애인은 제가 유일했고, 지적장애인 9명과 두 달 동안 연습을 했는데 저만 끝까지 수료했다.
그 뒤 마술을 더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거주지인 부천에 있는 마술학원을 찾아갔다. 학원 선생님은 시각장애인이 마술하는 것을 본 적도 없고, 가르쳐 본 일은 더더욱 없어 난감해했다.
저는 손으로 모든 감각을 익혀야 하니까 점자스티커를 붙이기도 하고 소품에 작은 구멍을 뚫기도 하는 등 저만 알 수 있는 표식을 하고 계속 연습했다. 눈이 보이면 두세 번에 할 것을 저는 25, 50회 정도 했던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하나의 마술을 구사하기까지 계속 반복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르지만, 마술공연을 하면서 잘한다고 환호해주고 간혹 저를 알아보는 분들도 있고 저를 통해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아서 지금껏 해온 것 같다. 그 결과 현재 100여 가지가 넘는 마술을 구사하게 됐다.
(인터뷰 중간 김병휘씨는 간단한 마술을 보여주었는데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빛바랜 카드와 손때 묻은 소품에서 그의 노력을 알 수 있었다.)

 

왼쪽부터)이길호 부천시각장애인협회 사무국장, 김병휘씨가 장애인상 수상과 함께 받은 포상금 중 금일봉을 이길준 부천시각장애인협회장에게 전달하는 모습
왼쪽부터)이길호 부천시각장애인협회 사무국장, 김병휘씨가 장애인상 수상과 함께 받은 포상금 중 금일봉을 이길준 부천시각장애인협회장에게 전달하는 모습

 

-장애인의 재활에도 마술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맞다. 기억력 향상에 정말 좋고 손을 많이 움직이니 치매 예방이 된다. 저는 남들보다 호기심도 많고 무조건 해보자는 도전의식이 있어서 일단 시작하고 본다. 다른 장애인들도 마술을 접한다면 일상생활에 큰 활력과 도전이 되리라 생각한다.

-부천시에서 30년을 살았는데 그동안의 복지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가.
=시각장애인 마술사로 SBS, OBS 방송도 나가고 다른 언론 매체에도 많이 소개되면서 인터뷰도 자주 하다 보니 다른 지역 장애인복지에 대해서도 접하게 되는데 시각장애인 대상 무료 급식을 하는 곳이 거의 없어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상태지만 부천에서 무료 급식을 하는 것을 굉장히 부러워한다.

또한, 시각장애인도서관인 해밀도서관 내에 시각장애인협회 사무실도 있고 도서관이 있다 보니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요즘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로 된 메뉴판도 있어 주문이 쉽고 컴퓨터실에서는 인터넷 신문 등 정보 접근이 쉬워 궁금하면 바로 들어가서 찾아볼 수 있다. 정말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 정보를 얻고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최근 유튜브와 동화 구현, 뮤지컬 교육도 수강했다. 장애로 능력을 한계 짓지 않고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에 늘 도전해보고 싶다. 저 같은 사람도 마술을 하니 장애인 마술을 더 알리고 후계자 양성을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더 나아가 시각장애인 마술 단체를 만들어 소통도 하고 정보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제가 전국 일주를 세 번 했다. 앞으로 2인용 자전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해보는 게 꿈이다. 그건 제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그런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다.
또 좋은 배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100세 시대니까 지금 결혼한다 해도 50년은 함께 할 테니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웃음).

오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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