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여성 성교육 결과 보고 및 토론회 개최

▲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가 지난 1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하 1층 강당에서 ‘장애인생활시설내 발달장애여성 섹슈얼리티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는 발달장애여성의 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소장 배복주, 이하 상담소)가 지난 1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하 1층 강당에서 ‘장애인생활시설내 발달장애여성 섹슈얼리티에 관한 토론회’를 열고 발달장애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확보하고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상담소는 이날 토론에 앞서 여성부와 공동협력으로 진행한 ‘2009 장애인생활시설내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 드러내기’사업 결과를 보고했다.


상담소측은 “시설에 격리돼 살아가는 장애여서들이 어떤 성적인 선택권을 가지며, 어떻게 성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지 등을 알고, 그들의 성적 주체성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일은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였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발달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하며, 앞으로 우리사회에서 이에 대한 관심과 연구 등이 이뤄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설의 발달장애여성들 대상으로 성교육 실시해=상담소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5개 복지시설의 생활하는 지적·지체 장애여성을 대상으로 5회에 걸친 성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 참가자는 19세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장애여성으로, 지체장애여성 4명, 지적장애여성 33명 등 총 37명이었다.


상담소는 상황극과 그룹활동, 영상물 상영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도록 했고, 성폭력을 비롯해 원치 않는 성관계에 대처하는 방법을 교육했다.


성폭력 경험이 있는 참가자들에게는 잊고 싶은 경험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하게 해 그것을 함께 태우며 성폭력 피해 경험을 치유하는 의식을 치렀고, 지적장애·언어장애 등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참가자와는 인형과 감정카드 등을 사용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교육에 참여한 상담소의 제이 활동가는 “사회적으로 장애여성의 성을 금기시하고 억압하는 경향이 있어 장애여성이 성적 관계를 주체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면서도 성적인 폭력과 도구화에 이용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여성의 자위’나 ‘성적인 행위’에 대해 ‘부끄러운 것’, ‘말하기 어려운 것’, ‘무조건 안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일부 장애여성들은 성과 관련된 것은 절대 말하면 안 된다는 금기를 내면화하고 있어 성교육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제이 활동가는 “성교육을 하며 많은 시설 생활자들이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성폭력 대처방법에 대한 교육을 할 이미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험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 안타까웠다”며 “이들을 위한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교육 부재 등 성적자기결정권 확보에 어려움 많아”=이어진 토론에서는 상담소의 지성 활동가가 시설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여성이 성과 관련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얘기했다.


지성 활동가는 “일부시설에서 남녀 간 유사 ‘애인관계’를 허용하거나 ‘짝’을 지어주기도 하는데, ‘짝’이 있는 장애인들도 손잡는 것만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등 성행위가 일정한 수위로 제한돼 있고, 전반적으로 성적 욕구를 나쁜 것으로 여기는 억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여성에 대한 성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많은 발달장애여성들이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고, 성교육을 받아봤다고 말한 발달장애여성의 경우에도 낙태비디오를 본 경험 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성 활동가는 “시설에서의 성교육은 발달장애여성들을 성폭력의 잠정적 피해대상자로 상정하고 이에 대한 예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발달장애여성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성적인 욕구·감정을 설명하지 못하고, 다양한 관계 안에서의 자신의 선택이나 감정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시설들이 특정 종교에 의해 설립돼 종교적 기조에 따라 운영되고 있고, 발달장애여성의 부모나 보호자도 성에 대해 많은 우려를 갖고 있어 시설 종사자들이 성에 대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며 시설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성교육 참가자 중 일부 발달장애여성들이 같이 생활하는 장애남성들에게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받고 있었지만, 종사자들에게 이를 제보해도 끊이지 않고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또한 많은 종사자들이 발달장애여성이 성폭행 피해로 인한 징후를 보일 때 이를 장애로 인한 문제행동으로 오인하고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성 활동가는 “발달장애여성의 인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설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인식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달장애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함께 고민하고 비장애/이성애/남성중심의 성규범을 해체하기 위한 현실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탈시설 정책이 먼저 마련돼야”=이어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미소 활동가가 장애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억압하는 시설의 문제를 비판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탈시설 정책 마련을 제안했다.


미소 활동가는 “장애인생활시설에서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상당수가 시설 입소를 다른 사람에게서 강요당했고, 통장관리나 돈 사용에 있어서도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여성은 시설의 폐쇄성, 사생활 침해, 권력관계 등으로 인해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지만, 시설에서는 이에 대한 특별한 교육이나 상담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장애인복지정책이 장애인생활시설 지원이 아닌 탈시설 및 자립생활지원으로 전환돼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하고,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탈시설의 물리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인식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적 욕구의 관리·통제도 가르쳐야”=정진옥 너울자리 공동생활가정 원장은 발달장애여성의 성에 대해 조금 다른 의견을 펼쳤다.


정진옥 원장은 “성은 ‘내가 누구인가’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발달장애여성의 성에 대해 얘기할 때 성의 행위적인 측면에만 집중해서 자위, 성폭력, 성교육 같은 것들만 얘기하는데, 그보다 발달장애여성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나, 나의 정체성 등을 폭넓은 맥락에서 바라보고 대인관계 기술, 자기관리 및 자기 통제, 공·사 개념의 구분 등을 익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사회는 성욕구에 대해 얘기할 때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로 몰아가는 측면이 있는데,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만 하는 것보다 이성적으로 성적 본능을 통제하고 품위있게 행동하는 것도 할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진옥 원장은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에게 성적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인간답게 사용할 것인가도 알아야 하고, 윤리적 책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성도 비장애인의 성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이 중요하고, 시설종사자의 마인드도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블뉴스 박인아 기자 / 경기복지신문 제휴사

저작권자 © 경기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