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출장 상담 등 지원 활동
장애인 성교육 및 양성평등 교육 등 예방 활동에도 앞장 서

 

몇 년 전 개봉된 영화 도가니는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문제를 다루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장애인 성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 전부터 묵묵히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양평평등 교육 등을 진행해 온 이들이 있다.
지난 10여 년간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성교육 등을 펼쳐온 의왕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소장 임경숙, 이하 상담센터)를 찾아 그간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의왕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상담센터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프로그램 준비가 한 창이었다. 바쁜 가운데 센터의 임경숙 소장과 박성석 부소장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임경숙 소장과 박성석 부소장은 부부로서 함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상담센터는 지난 2005년 거제도에서 사계절 장애인 성문화 상담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목회에 뜻을 두고 있던 부부는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성폭력 문제로 고통 받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분야를 바꾸게 되었다. 본래 경기도가 생활터전이지만 섬에서 활동을 하고자 경남 거제로 내려갔다. 그 곳에서 장애인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성교육 등을 실시했으나 도가니 사태 이후로 정부에서 장애인상담소를 늘리면서 3년 전, 의왕으로 지원을 받아 권역이전을 하게 되었다.
현재 경기도에는 의정부와 성남 그리고 의왕까지 총 3곳의 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가 운영 중이다.

센터가 있는 의정부와 성남을 제외하고 어느 지역이던 출장 교육을 하거나 피해자 지원을 하고 있다.
다른 기관과는 달리 남자 상담원도 근무하고 있어 24시간 상담이 가능하고 대부분 남성인 가해자에 대해서도 상담이 이루어진다. 임 소장 부부도 센터 바로 앞에 집이 있어 바로 출동할 준비를 늘 하고 있다.
장애인의 성문제는 10명 중 8명이 지적, 발달장애 피해자가 대부분인데 장애유형에 따른 특성을 감안해 피해자 진술시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해 진술을 돕고 있고 제 1심 재판 까지 24시간 동행하며 지원하고 있다.

도가니 사건 이후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과 관련해 박 부소장은 “일반인들은 피부로 느끼기 힘들지만 정부에서 관련 매뉴얼도 개발하고 전문적인 부분들이 준비되고 있다. 장애인성폭력 부분은 아직도 연구과제가 많고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예방교육이 의무사항이 되었고 예전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피해자 국선변호인 지원, 수사기관에서도 한 사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등 가시적인 부분들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무료로 누구에게나 상담과 지원을 하다 보니 난처한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한다. 박 부소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모른 채 상담을 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친딸을 성폭행했는데 친 오빠도 성폭행을 했고 피해자가 자해를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자 학교에서 상담을 의뢰했다. 친족 간의 성폭력은 정말 복잡하다. 이후 가족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다보니 아버지의 누나, 즉 피해자의 고모는 자기 동생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면서 상담을 의뢰했는데 알고 보니 가족이었다. 이럴 경우 가해자 측에게 사실을 인식시키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고 말한다.
또 “피해자 지원의 경우 상담, 피해사실 확인, 피해자의 의사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제는 친고죄가 폐지되어 피해사실이 있으면 의무적으로 신고를 해야 한다. 가해자는 반드시 처벌 받도록 하지만 피해자가 안정을 취하고 보호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고의 시점 등을 조율해서 가능하면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허락을 얻어서 일을 한다.”고 전했다.

상담센터에서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박 부소장은 “거제도에는 다문화 가정이 많아서 양성평등 등 부부교육을 많이 실시했다. 당시 여성가족부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접목하면서 관련 훈련도 많이 받고 거제도에서는 직접 시도도 많이 해봤다”며 “현재 경기도에서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다문화 관련 업무를 하고 있어서 직접 센터로 의뢰가 들어오는 것 이외에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박 부소장이 남성 강사이다 보니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의뢰가 많은 편이다.
다문화 가정의 경우 부부의 나이 차이가 많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성문제와 관련해 건강한 성의식을 심어주는데 중점을 둔다.
임 소장은 다문화 가정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며 “베트남의 경우 신부를 데려갈 때 지참금을 주는 풍습이 있고 어린 나이에 나이 많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데 마치 가난한 나라에서 조금 살기 좋은 나라로 팔려온다고 나쁘게 인식한다. 직접 결혼 이주 여성들을 만나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자유롭고 많이 웃는다. 훨씬 감정과 마음이 자유롭다”고 말한다.

상담센터에서는 양성평등 교육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의식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 여성을 대하는 태도 또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왜곡된 성인식을 바로 잡고 성폭력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박 부소장의 설명이다.

예전에는 쉬쉬하던 성폭력에 대해 지금은 대부분 신고가 이루어지고 있어 성범죄 증가 비율은 상승할 것이라며 부부가 상담소를 함께 운영하다보니 부부강간에 대한 상담의뢰도 있는 편이다.

부부가 함께 활동하는데 있어서 전체적인 총괄부분은 아내인 임 소장이 하고 가해자 상담 등 남성을 대하는 일은 남편인 박 부소장이 맡아서 하지만 부부가 24시간을 함께 하며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임 소장은 박 부소장보다 5살 연상이다. “당시만 해도 연상과의 결혼은 흔하지 않은 때라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남자들은 철이 안 들기 때문에 연상하고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며 박 부소장은 웃으며 말한다.

센터에서는 도박중독 예방 사업 또한 진행한다. 정부에서는 치유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편성하는데 도박 유경험자가 중독에서 회복된 경우 예방사업을 할 수 있다.
박 부소장은 “도박에 빠졌던 어두운 시절이 있어 경험을 나누고 그 과정을 통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도박 중독이 성중독 등으로 이어지는 등 중독은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중독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박 부소장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무료로 일을 할 때는 보고가 까다롭지 않아서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지원을 받다보니 종교보다는 매뉴얼에 입각해서 상담 등 업무를 하게 된다.”며 “어릴 때 가정폭력을 겪었고 결손가정에서 자랐지만 종교를 통해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구치소에 있는 가해자를 면담하러 갈 때 과거의 부끄러운 부분들을 먼저 내어놓고 상담을 통해 진솔하게 접근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의 성문화에 대해 임 소장은 “미디어를 통해 왜곡된 성문화를 접하기 쉽고 특히 스마트 폰이 보급되어 아주 어린 나이에도 미디어를 접하게 된다.”며 “요즘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피임약 광고를 멋있고 예쁘게 하는데 성관계에 대한 인식이 가벼워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생명에 대한 중요성, 성에 대한 인식을 바로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임 소장과 박 부소장은 거듭 강조했다.

임 소장은 “이 분야를 접하면서 정말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성폭력을 예방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며 “이 일을 하면서 자부심을 느끼지만 지원을 받기 전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그만두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현재 직원 4명에 연구소도 운영하고 있지만 인건비 등 기본 운영비만 지원받을 뿐 아직도 센터 건물 임차료는 대부분 자비로 해결해야 하고 먼 지역에 출장 상담 등을 할 때도 교통비 등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박 부소장은 “최종적으로는 기독교성폭력예방센터 같은 곳을 운영해 보고 싶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임신 방지에 중점을 두지만 기독교적 교육은 책임과 사랑, 생명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본다. 건전하고 건강한 성문화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변화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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