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인최고지도자포럼 개최해
조규만 주교, 장애인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강연

조규만 주교가 강연을 하고있는 모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지난 30일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제1차 장애인최고지도자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 재단법인 평화방송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조규만 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으며, 사회자는 김동범 사무총장이 맡았다. 내빈으로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박승규 이사장, 한국장애인개발원 변용찬 원장,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장순옥 회장, 하상장애인복지관 김호식 관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병돈 회장, 대한정신보험가족협회 최한식 회장,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용직 회장,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 김광식 회장,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안중원 회장, 인천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영기 회장, 한국농아협회 변승일 회장,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이낙영 상임대표와 여러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먼저 김동범 사무총장은 자체사업 결과보고를 통해 “현재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에 집중되어 있다.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쳐 보지도 못한 채 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어갔다. 또한 장애인계에서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여 화재로 목숨을 잃고, 고속버스 탑승을 원하는 장애인들에게 최루액을 난사하는 등 비참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포럼을 개최하게 되었다”며 이번 포럼의 의의를 설명했다.

포럼에 참가한 참석자들 모습
 이어 “장애인에 대한 최루액 난사와 같은 인권침해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과 더불어 시작된다. 무엇보다도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일부터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포럼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토대가 되길 바라는 마음과 장애인 문제에 대한 대화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규만 주교를 모셨다”며 조규만 주교에 대한 소개와 함께 본격적인 포럼의 시작을 알렸다.

 

조규만 주교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조규만 주교는 ‘인생은 2%가 부족하다’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조 주교는 “우리의 삶은 물이 반쯤 찬 물컵과 같다”며 물이 반쯤 찬 물컵에 대한 사람들의 긍정 혹은 부정적인 두 가지 태도를 비교했다. “냄새가 심하게 나는 양말이 있다면, 빨래 거리가 많아 불평하는 주부도 있겠지만 활동이 왕성한 가족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주부도 있다. 또한 설거지할 것이 잔뜩 쌓여있는 것을 보고 우리 가족이 맛있는 저녁을 많이 먹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박승규 이사장

조 주교는 故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란 책의 글을 인용하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있듯 큰 불편 없이 살아간다. 무언가를 못해서 아니라 못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해 장애인이 되는 것”이라며, “그것은 단지 신체적 능력만을 갖고 능력을 평가하는 비장애인들의 오만이다”고 주장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조 주교는 “신은 전능한데 왜 우리들에게 고통을 주셨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이어갔다. 조 주교는 “누군가를 죽였는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했는데도 아무런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 것이다. 나무나 돌의 세계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사람은 그럴 수 없다”며, “고통은 우리가 성숙할 수 있는 힘의 바탕”이라고 말했다. 장애라는 고통도 달리 본다면 마음의 성숙을 위한 토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
또한 “신은 장애인들을 그저 내버려두고 방치하지 않는다”라며, “장애인과 관련된 일을 하며,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분이 장애인들을 위해 신이 마련해 놓은 대책이다”라고 말했다. 
 조 주교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 ‘희생’을 소개하면서 “이 삶이 살아갈 만 하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말미암는 것이다. 우리는 누가 길을 만들었는지, 누가 옷을 만들었는지, 누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 사람 덕분에 혜택을 입고 산다. 또한 누군가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고 말하며 이 삶은 항상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곳임을 강조했다.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 가길

포럼에 참석한 내빈들이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마지막으로 조 주교는 “빨리 가려면 혼자가라 그러나 먼 길을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아프리카의 격언을 이야기하며 “함께 살면서 우리의 것을 나눌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다. 앞으로 먼 길을 향해 가는데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 가기를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
 다음으로 김용직 한국자폐인사랑협회장이 “지난 29일 발달장애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조 주교의 말처럼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더불어서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직도 어려움이 많고, 가야할 길이 멀지만 앞으로 노력하겠다. 이번 발달장애인법 제정으로 우리 사회의 밝은 희망이 서서히 비쳐오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도 함께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발달장애인법 관련 소식을 전했다.

변승일 한국농아인협회장이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이어 변승일 한국농아인협회장은 “장애인으로서 힘들고 답답한 마음이 있었지만, 이번 강연으로 더 깨우치게 되었다. 조 주교님의 말처럼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앞으로 수화언어기본법의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박승규 이사장은 “앞으로 장애인단체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도록 노력하겠다. 장애인에 대해 보다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러한 자리에 열심히 참석하겠다. 모두 어깨동무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참석자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점심식사를 같이하며 서로 화합하는 시간을 가지며 처음으로 열린 장애인최고지도자포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박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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