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빈곤문제연구소(소장 류정순)에서는 지난 7월 17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창립 8주년을 기념해 ‘기초생활보장 10년을 평가한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창립총회에 이어 진행되었으며 류정순 소장의 주제 발표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토론이 마련되었다.


류정순 소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10주년을 평가한다’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우리 나라의 빈곤 문제의 심각성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당사자와 시민단체들의 연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정순 소장의 주제발표 이후 곽정숙 국회의원, 이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기초보장평가 쪾모니터링센터장,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김선미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자원활동가, 채수훈 익산시청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김성수 민주노동당 119민생희망운동본부 민생2국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신용수 기자

<주제발표 -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10주년을 평가한다>

<토론 >


현재 빈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OECD 40개 국가 중 경제규모는 12, 1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복지수준은 GDP대비 꼴찌이다. 이러한 가운데 OECD 국가 중 빈곤율 증가속도가 아일랜드와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사회통합지수를 보면 1998년 이후로 악화되고 있다. 최근에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진 점을 고려할 때 올해의 사회통합지수는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양극화문제도 심각하지만 그보다 더 빈곤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문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의 규모이다. 2003년 510만 명이었던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층은 2006년 610만 명으로 3년 동안 100만 명이 증가하였다. 이와 같이 빈민이 더 양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추정소득, 재산 및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최저생계비 이하이지만 기초생계비를 수급하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많다. 실제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 수혜를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된 비수급 빈곤층은 2003년 372만 명에서 2006년 467만 명으로 증가되었다.


올해 사각지대의 규모는 410만 명으로서 인구의 약 8.4%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이 2009년에 새롭게 빈곤층으로 합류되는 빈곤층이 백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산은 수급권자의 수가 작년보다 2만 명 정도 더 적게 책정이 되었다. 이렇듯 예산에 맞추어 수급권자가 선정되는 구조가 변화되지 않는 가운데 증가되는 빈곤규모가 예산책정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크게 커질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제일 큰 문제는 법치와 인권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떤 법과 인권에 대한 의식을 가진 사람이 장관으로 임명되느냐에 따라 제도는 많이 달라질 수가 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인권이 침해되기 시작한 것은 유시민 장관 시절이다.


유시민 장관은 지난 2006년 2월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주거급여를 없애버렸으며, 병원에 입원하면 생활비가 절약된다면서 의료급여 환자의 장기입원 시 생계급여 삭감, 유료화, 차별적 감시체제도입, 병원선택권제한 등의 제도 도입으로 의료기본권을 크게 훼손하였다. 유시민 장관에 버금가는 법치와 인권 의식이 모자라는 사람은 전재희 장관이다.


전 장관은 한편으로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재산기준 완화로 2009년에 1만5천명의 신규수급자가 생길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수급자의 수를 2008년보다 만 명 줄였다. 이 불황기에 근거도 없이 2만5천명의 부정수급자를 탈락시키는 것을 전제로 2009년 예산을 책정한 것이다. 생존권과 사회권 보장을 앞장서서 실현해야 할 보건복지가족부의 전재희 장관은 자신이 앞장서서 빈민 중에서도 가장 불쌍한 환자의 생존권을 불법적으로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될 점은 상대빈곤선의 도입이다. 그리고 부양의무자기준의 개선과 추정소득 부과기준의 완화이다.정부가 노숙인, 주민등록말소자 등의 주거가 부정한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지 파악이 어려운 점, 소득조사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하여 실제 생활이 어려워도 제도권 밖으로 배제시키는 것 또한 큰 문제이다.


국민의 정부 집권 시기에 기초생활보장번호부여 제도를 만들어서 등재된 주민등록지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수급권자로 책정될 수 있도록 했으나, 실제로 60만 명이 넘는 주민등록말소자, 주거부정자, 비주택거주자, 거리노숙인 등에게는 기초생활보장번호부여 제도 또한 그림의 떡이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작년에 유가환급금이 지급되었는데, 이 때 정식으로 세금보고를 하지 않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공식부분의 빈민은 대부분 수혜를 받지 못하였고, 올해부터 시행되는 근로장려세제의 수혜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소득을 조사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생존권 보장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공부조에서 마저 배제시키고 있는 것이다. 제도 시행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방분권제도가 실시되고 있으나, 재정이 열약한 지방자치단체가 복지를 축소시행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생명줄인 공공부조만이라도 중앙정부의 몫으로 해야 할 것이다.


지난10년 동안에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증가되는 빈민의 수에 상관없이 3% 남짓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갔고, 보장수준 또한 지속적으로 후퇴하였다. 조건부 수급의 폐지, 상대빈곤선의 도입, 추정소득부과 기준 완화, 부양의무자제도 완화, 차상위 계층 지원을 위한 부분급여 기준을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선정기준과 분리, 보장수준의 상향조정 등 수많은 개선과제들이 있다.


2000년 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될 무렵에는 2005년 정도까지는 시민단체들을 주도적으로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입장이었으나, 유시민 장관이 제도를 훼손하기 시작한 무렵부터는 정부에서 주도하는 빈민의 생존권 침해에 대하여 수세적으로 방어하기도 힘들어 졌는데, 올해 들어서 특히 더 힘겹게 싸워도 정부가 주도하는 빈민의 생존권 침해를 방어하기 어려워졌다.


생존권의 사회적 보장은 설령 기초생활보장법에 명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사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개선을 이끌어 내어야 할 것이다.


<토론 >
빈곤사각지대 구조적인 대책 마련 시급

복잡한 전달체계 단순화 및 일원화 해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존의 생활보호제도와 근본적인 지점이 다르다. 지난 40년간의 시혜적 단순보호차원의 생활보호제도로부터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종합적 빈곤대책으로 전환한 것이며 수급권자의 권리성을 부각하고 빈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로써 기초생활보장법제도는 우리나라 공공부조의 수준을 높였으며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아름다운 제도는 ‘예산’과 ‘이데올로기’에 묶여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시행되었고,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생활보호제도’로 퇴행할 위기에 처해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법적 한계는 빈곤 사각지대의 존재이다. 빈곤층임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 규모는 410만 명으로 전인구의 약 8.4%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각지대에 대한 구조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려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부양의무자들이 부양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현실은 부양의무자들도 빈곤층인 경우가 많다. 또한 소득인정액 기준이 개선되고 최저생계비가 현실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양비 및 추정소득이 폐지하고 차상위계층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복잡한 전달체계 단순화 및 일원화 해야

▲ 채수훈 익산시청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문제점은 상의하달식 및 이원적 체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서비스 분산 및 통합성의 결여이다. 또한 4단계의 복잡한 일반 행정 전달체계와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일반 행정 전달체계에의 종속이다. 이와 함께 사회복지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지역단위 통합 전달체계가 미비하다.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려면 기존 일반 행정 전달체계를 통한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사회복지 전문전달체계로 일원화시키고 4단계의 복잡한 행정 전달체계를 3단계로 축소시켜야한다. 또한 기존의 일반 행정 전달체계와 사회복지 전달체계 사이에 지원기능과 조정기능을 분리하여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취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민들에게 복지서비스를 효과적,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중앙부서의 분산된 복지기능을 하나로 통합시켜야 하며, 일반 행정 조직 산하에 독립기관(일반 행정기관)인 청과 사무소를 설치하여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전문적인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의료급여 진료비 증가 문제는 복지부의 오래된 과제였다. 의료급여는 현금으로 돈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좀 더 복잡하기 때문에 건강보험과 같이 함께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급여 환자들이 진료를 더 많이 받는 것은 진료비가 무료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 의료급여에 포함된 환자들은 건강보험 가입자들보다 훨씬 더 많이 아프고, 중증 환자들, 노인, 만성질환자, 정신질환자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의료비를 많이 쓰는 환자들은 당연히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더 확대되어야 한다. 따라서 의료급여 제도만 대책을 세워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을 포함한 전반적인 의료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의료급여 개선 방안으로는 수급자를 더 늘려야 하고 부담스러운 진료비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 하는 의료급여 환자들을 위해서 더욱 더 의료보장을 늘려주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 또 위원회 구조가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잘 실천이 되지 않고 있다. 당사자를 배려한 당사자를 대변할 수 있는 위원회 체계가 안 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나 개선이 필요하다.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도움이 필요한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건강검진이 의무화되어있지 않는데 이것도 의무화시켜야한다.  


탈빈곤 지향적인기초보장체계 구축해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기초보장평가 모니터링센터장

지난 8년 동안 기초보장예산(의료급여 포함)이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 속에, 소득은 최저생계비 이하지만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빈곤층은 늘었는데 수급자는 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선정기준은 법 제정 당시와 시행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으며, 이러한 문제는 빈곤함에도 불구하고 수급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한편, 동시에 소득, 재산, 부양의무자에 대한 은닉 및 하향신고 등 부정수급 및 도덕적 해이를 야기했다. 급여수준은 법 제정 당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규모별, 가구특성별, 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최저생계비의 현실화 및 합리화를 도모하였지만 실제적으로 가구규모별 특성만 현실화되고 장애인, 노인가구 등의 가구특성에 따른 생계비 차이가 반영되지 못하였다.


시행이후에도 급여 체계의 합리성과 급여 수준의 적절성 및 형평성에서 아직도 문제가 남아있다. 현안과제로는 기초보장체계의 보장수준 및 체감만족도가 제고되어야 하고, 탈빈곤 지향적 기초보장체계를 구축해야한다.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신뢰성 및 건강성 제고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주거급여, 독립적 체계 지녀야

▲ 김선미 노숙인권공동실천당 자원활동가

주거급여의 한계로는 낮은 급여수준 때문에 발생하는 주거비프로그램으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점, 급여자격기준의 상이함에서 오는 대상효율성, 그리고 단일기준으로 적용되는데서 발생하는 개별욕구실현의 한계이다. 그리고 제도는 있으나 그 애매한 기준으로 인해 유발되는 전달체계상의 막힘,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취약계층의 문제점 등이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주거급여는 특히 생계급여와 잘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주거안정을 위해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명목상으로 분리는 되어있으나 실제 생계급여와 연동되어 있어 실제로 수급자들의 통장내역에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으로 명확히 표기되어 지급되지 않거나 수급자들이 급여내역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 한다.


현금 급여는 현물급여와 달리 소비자선택권, 즉 당사자의 결정을 전적으로 따르는 것이긴 하나, 주거라는 것이 일종의 가치재이고 일정 수준의 지출이 장려되어야 한다면 장기적으로 개별급여, 즉 독립체계를 지닌 급여로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정책과의 연계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장기적인 사회안전망 마련해야

▲ 김성수민주노동당 119인생희망운동본부 민생2국장

생희망운동본부 민생2국장현재 우리나라는 실업자 수 96만 명, 청년실업률 8.8%로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또한 자영업주와 무급가족봉사자를 포함한 비임금 근로자 숫자는 작년 10월 753만3천명이었지만 넉 달 만에 74만4천명이 줄어든 678만9천명이 됐다. 그리고 2008년 말 기초생활 수급 대상인 85만4천여 가구 가운데 62.8%의 가구가 소득이 없거나 20만 원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참담한 현실에서, 정부는 통계수치를 통한 형식적 안정화를 위해 1회용 일자리인 청년인턴제, 희망근로사업 등의 정책만을 내놓고 있다.


희망근로사업, 청년인턴제 등 이명박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한시생계보호사업은 생색내기용 전시행정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한시생계보호대책이라는 미봉책을 벗어나, 하루라도 빠른 중장기 정책의 작성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할 때이다.


노동빈곤층에 대한 실업부조 도입, 청년고용할당제 도입 및 청년고용기금 개설, 정부 일반회계에서 재원 도입, 고용보험기금 운용을 위한 사회적 기구 구성 등을 통하여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만 한다. 


정리 =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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