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자유롭게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해야

장애인 문화센터 개설 필요
지난 7월 31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국회의원 이상민 주최 한국장애인문화협희 주관으로 ‘장애인문화예술기반 조성을 위한 세미나 및 음악회’가 개최되었다. 안중원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중앙회장은 대회사에서 “28회를 맞는 여름문화대축제가 장애인문화예술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하여 2박3일간 진행된다”며 “대한민국에서 장애인문화예술을 이끄는 것은 우리 한국장애인문화협회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각 지역에서 맡은 바 열심히 해주시길 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즐겁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권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상임대표는 축사를 통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장애인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헌신해오신 안중권 회장님을 비롯한 문화협회 임직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번 행사가 우리나라 장애인문화예술의 진흥에 기폭제가 되는 아주 귀중한 행사가 되기를 빈다”고 말했다.


조향현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문화체육과장은 “장애인문화예술기반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에 대한 좋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게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장애인문화예술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제대로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서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시간을 가져서 다양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장애인문화예술 활성화 계획을 강구할 것”이라고 축사를 통해 밝혔다.


이날 세미나의 좌장을 맡은 최부암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상임부회장은 “이번 세미나 개최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 자리는 장애인문화예술의 기반을 다지는 기초가 되는 자리로서 장애인문화예술의 기반 조성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을 모시고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세미나에 앞서 인사를 전했다.


세미나는 김종인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장이 ‘장애인문화예술의 현주소와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했으며 김충현 한국장애인미술협회장, 소설가 고정욱 씨, 최영묵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허경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기획관리부장이 각각 발표자로 참여했다.


신용수 기자

 

<주제발표 - 장애인 문화예술의 현주소와 정책방향>

장애인 문화 예술 진흥위한 제도적 확충 필요
김종인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장

2005년 우리나라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68.3%의 장애인들이 문화 및 여가활동에 불만족 한다고 조사되었다.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는 41.4%가 문화 및 여가활동에 불만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문화 및 여가활동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장애인은 19.2%에 불과하였다. 장애유형으로는 뇌병변장애인이 매우 불만족하다고 응답한 사람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전 장애유형에 걸쳐 그 불만족 수위는 대단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문화활동실태를 보면 1년간 예술 관람을 한 비장애인의 비율이 67.3%라면 장애인은 18.1%에 불과하였다. 문화시설이용이나 역사문화유적지 방문, 지역축제 참여에서도 전 국민의 문화 활동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화 활동 참여율이 낮은 이유로 가장 큰 것은 경제적 부담이고 그 다음으로는 건강이나 체력의 부족이다. 이는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문화 및 여가활동 시 건강 및 체력의 부족으로 여가활동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애인문화예술정책은 문예진흥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을 바탕으로 하고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 계획 등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향후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 계획에서는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개발 보급을 통하여 장애인들의 문화적 욕구를 표현하고 잠재력을 개발함으로써 장애인으로서의 자기 삶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변화와 성장을 이루어 사회통합을 실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업으로는 문화바우처사업의 확대, 창작활동 지원, 장애인관련 단체에 문화예술교육지원, 장애인영화제 개최 지원, 장애인 e-스포츠 대회 지원, 복지관광확대 등이 있다.


하지만 장애인문화예술에는 아직도 현실적 과제들이 남아 있다.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제거되어야 하는 4대 장벽이 있다. 태도의 장벽, 의사소통의 장벽, 건축물의 장벽과 최근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정보접근성의 장벽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장벽은 장애가 안고 있는 사회통합을 어렵게 만드는 원초적인 문제점으로 이러한 장벽이 존재해있을 때, 어떤 좋은 정책이 제시될지라도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


또한 현재 장애인문화예술지원정책은 상당한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이 아닌 공급자 입장에서 문화예술지원책을 마련하여 실시하고 있어 문화예술 향유권을 갖고 있는 권리주체인 장애인당사자들의 욕구를 반영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는 장애문화예술인에 대한 사회평가가 매우 낮고 창작발표의 기회가 부족하며, 창작 활동에 대한 외부의 규제가 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애인문화예술진흥을 위한 법과 제도적인 확충이 필요하고 장애인문화예술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전달체계가 확립되어야한다. 우리나라 장애인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모델로써 ABLE모델을 제안한다. 이것은 “A”(Assistance), 지원을 통해서 “B”(Barrier free) 장애인의 문화적 장벽을 제거하고 ”L”(Living),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질 높은 삶을 보장해주며 “E”(Employment), 창작활동을 통한 취업 및 고용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장애인문화예술은 헌법에서부터 문화예술진흥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법적인 측면에서 다소 미흡하지만 활동 지원이나 문화권 보장을 준거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문화예술가에 대한 지원책이나 장애인문화예술단체의 지원은 물론 장애인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활동에는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장애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이 여전한 것은 물론 「문화적 모델」로써의 장애를 진단·평가·분류하는 체계는 아직 개념 도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 과제와 정책 방향을 토대로 몇 가지 제언하면 먼저, 「문화적 모델」의 장애인 개념을 도입해야하고, 장애 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장애인문화예술 지원센터가 설치되어야 한다. 또한 장애유형별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 및 「개별화문화활동계획」컨설팅 체계가 구축이 되고, 장애인문화예술 인재육성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토론>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문화정책 입안해야
김충현  한국장애인미술협회장

그 동안 장애인 문화 예술 활동을 위한 지원은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장애인이 문화적 활동의 소외대상·단순소비자를 넘어 적극적인 문화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아울러 문화를 통한 차별과 편견을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인식전환과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루어 나가는 생산적 문화 예술 활동을 지향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장애인문화예술은 헌법에서부터 법적인 측면에서 다소 미흡하지만 활동 지원이나 문화권 보장을 준거하고 있다. 이제, 장애인 문화예술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제도를 통한 새로운 문화예술 정책의 맥락에서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장애 문화예술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특히 장애인들이 소외계층으로 머물러 있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장애인 문화예술 분야에 장애당사자, 전문가를 육성하는 정책을 수립하여 장애인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 예술 강사도 마련해 주고 창작 지원금 지원 등 행정적 지원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은 더 이상 특수한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과 참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문화는 여전히 몇 몇 집단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생애 주기적 관점에서 문화정책을 입안하지 않으면 장애인은 우리사회에서 더욱 더 소외된 계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점점 더 양극화 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계층도 당연히 양극화 되고 있다. 이제 장애인들에게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접근권과 향유권을 보장해줌으로써 장애인 스스로 사회적 지위를 재생산 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문화예술단체의 고유한 영역 인정해야
최영묵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장애인문화예술분야의 발전은 장애인문화예술 단체들의 고유한 영역을 인정할 때부터 시작된다. 장애인계 안에서도 비주류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고, 문화체육관광부 안에서도 늘 귀찮은 존재로 인식되어서 눈칫밥을 먹으면서도 자생해온 풀뿌리 장애인문화예술단체들이다. 이제는 장애인문화예술정책 부재 속에서도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옴으로써 장애인문화예술의 존재를 가능케 한 단체들의 고유한 영역을 존중하고 보장해 주어야 한다.


장애인문화예술단체는 단순한 단체가 아니다. 장애인문화예술단체의 독특한 역할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감당이 된다. 장애인문화예술은 예술가들의 창의성과 복지적인 마인드 그리고 시대 속에 주어진 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문화예술단체는 장애인문화예술의 정책적 파트너 역할을 한다. 또한 장애인들의 심리적, 행태적, 관계적 측면 등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장애인문화단체로서 문화예술 공급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관계망 역할과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통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서 장애인문화예술 발전의 파수꾼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양대 김정수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마치 농사와도 같다. 파종을 하자마자 곧 열매를 따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싹이 나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 동안 햇볕과 양분을 넉넉히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의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문화예술단체는 장애인문화예술이라는 알곡을 거두기 위해 파종하고 기다리는 농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농부를 위한 지원과 관심 역시 ‘장애인문화예술의 현주소와 정책방향’에서 함께 다루고 토론되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싶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경쟁하고 역량강화하는 정책필요
고정욱 소설가 / 문학박사

장애인 문화가 과연 비장애인 문화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예술행위를 향유하거나 담당하는데 있어 장애가 문제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왜곡된 문제제기이고 그릇된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을 가지고 출발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장애인의 문화는 현재 이질적인 집단의 문화가 아니라 사회통합의 대전제 안에서 형성될 수 있고, 누구의 강요가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과 역량강화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문화의 힘은 수적인 우세나 열세도 아니고, 정책의 있고 없음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며 환경과 여건의 유불리에 의해 결정되지도 않는다. 그게 문화의 힘이고 매력이다. 이는 마치 경제 강국, 군사강국이 문화강국이 아님과도 같다. 장애를 가졌기에 느끼는 차별과 편견, 인식의 벽 등이 주는 좌절과 절망을 예술로 승화시킬 때 진한 감동과 함께 비장애인들이 결코 쉽게 이루지 못할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정책적 지원이 있다면 이런 부분의 지원이 되어야 한다.


정책의 지원으로 문화가 신장된다는 생각 자체에 의문을 품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든다. 정책의 의해 장애인문화가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오히려 필자는 그런 어설픈 정책적 지원이 없었기에 질적, 양적으로 예술혼이 고양되었고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축적할 수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문화예술 정책이 꼭 필요하다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경쟁하고 자신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격리되고 분리된 채 격차를 해소하려는 시도여서는 영원히 그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시간과 정책수행으로 인한 노력의 낭비가 될 우려가 있다.


장애인 문화센터 개설 필요
허경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기획관리부장

정부는 현재 복권기금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문화향유가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해 공연·영화·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문화바우처 사업을 매년 확대 시행하고 있으며, 문화바우처 예산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문화바우처 이용률은 2006년 15.1%에서 2007년 13.1%, 2008년 12.3%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휠체어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문화바우처 프로그램이 총 89개 프로그램 중 27개밖에 되지 않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 지원 서비스도 지역에 따라 지원 기준이 상이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서비스 등이 없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에 따른 것이다. 또한 현 문화바우처 프로그램 이용은 거주 지역 프로그램만 이용할 수 있어 거주 지역 공연장이 장애인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문화바우처 사업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며, 특히 지방의 경우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소규모 공연장이 많아 장애인의 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장애인들의 문화향유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교통, 편의시설 등 외부환경제약에 따른 것이고 실제로 장애인의 88.9%가 문화바우처 제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등 기회의 제공에 문제가 있다. 결국 비단 문화바우처만이 아니라 장애인문화예술지원 정책은 문화향수기회의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실제로 주어진 기회를 장애인들이 얼마나 획득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문화에서 장애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보들을 습득하고, 필요한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에 장애인들의 이용이 가능한 문화센터의 개설이 필요하다. 센터는 장애인 문화예술에 대한 홍보 및 정보의 창구로 활용됨으로써 기회의 제공만이 아닌 참여로 이끌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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